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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20여년만에 들어본 뻥! 소리.

by 대물잡어^^ 201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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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골 출신입니다.
물론 지금도 시골에 와서 살고있죠.^^

제가 어렸을 적에는 방역차를 따라서 뛰어보기도 하고, 구리, 고철, 납 등을 주어서 엿이나 다른것과도 바꿔 먹어봤습니다.
그리고 빼 놓을수 없는게 바로 뻥! 소리와 함께 튀겨지는 옥수수, 가래떡, 쌀 등을 먹었습니다.

당시에는 뻥! 소리와 함께 옆으로 튀어나오는것을 받아 먹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충남 보령시에는 5일장이 섭니다.
마침 지난 주말이 장날이었고, 마눌님이 티밥을 좀 튀겨오라네요.
사실 저는 티밥을 튀기는 곳이 어딘지 몰랐답니다.^^ 장이 서는날에 장에 잘 가보지 않았고, 가봐도 돌아다니기 보다는 순대만 사먹고 오곤했거든요.
여하튼 쌀을 들고 대충 장소를 듣고 가보았습니다.


시장에 갔는데 어디선가 길게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뻥! 소리가 나더군요.
그래서 가봤더니 역시나 손쉽게 뻥튀기 아저씨 찾을수 있었습니다.
마침 다른분이 먼저 오셔서 가래떡꽈 옥수수를 튀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양이 이상하더군요.
저 모양을 보시더니

"아~ 모양이 저러면 기분이 별론데. 그러게 덜 말린거 튀기면 저렇게 된다고 했잖아요. 다음에는 더 말려서 가져오세요."

하면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왠 아주머니께 말씀을 하시더군요.
옆에서 얘기를 듣자하니 처음부터 저렇게 나올줄 알았는데, 손님이 그냥 튀겨달라고 하니 튀겨진 모양인가 봅니다.

어쨌든 제 차례가 되고

"아기가 먹을 거라서요 쌀만 넣어주세요."
"아~네. 요즘 젊은 엄마들이 많이들 해가던데 아빠가 왔네요.^^"
"네~~"

약 15분 정도 기다리자 아저씨가 부지런히 움직이네요.

불도 빼고, 망도 입구에 가져다 대시더니
호루라기를 길게 호루루루루루루~~~~욱~

뻥!!!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소리였습니다.

밑쪽으로 망에 가득한 티밥이 보이시나요?
순식간에 망을 가득 채운 티밥입니다.
운이 좋게도 뻥 소리를 아이폰으로 잘 담았습니다.^^


잠시뒤 연기가 가시고 나니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소쿠리가 받쳐지고 나서 아주머니께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망에서 티밥을 꺼내시면서 잘 저으시는데 아저씨가 보시더니

"아~ 잘 튀겨졌어~ 아기가 먹기 딱좋게 부풀었네~ 이렇게 튀겨져야 기분이 좋아"

하시며 살짝 미소를 지으시더군요.

정말 잘 부풀어 오른 티밥입니다.
설탕등의 단맛을 내는것은 넣지 않았음에도 단 향기가 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튀겨진 티밥을 들고 집으로 오니, 둘째 딸이 반겨줍니다.
조그마한 그릇에 담아서 한개씩 먹여주는데 성에 차지 않나봅니다. 그릇을 확! 뒤집어 엎더니 결국 티밥을 어지러 피네요.


참으로 식탐이 강한 둘째 딸입니다.
아직 익숙치 않은 손놀림으로 티밥한개를 잡으려고 노력중이네요.

20여년 만에 들어본 '뻥' 소리에 기분도 좋아졌고,
잘 튀겨진 티밥을 보며 웃음짓던 아저씨를 보면서 기분이 한번더 좋아졌고,
티밥을 보면 광분을 하던 딸을 보면서 크게 웃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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